천재는 주변에 숨어있다
Mnet에서 '슈퍼스타K'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대히트를 치면서, 공중파에도 이와 같은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생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중 SBS에서는 'K팝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진행이 되었었지요. 2015년 'K팝스타 시즌5'에선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독특한 음악 색깔을 가진 참가자가 한 명 나왔었는데, 그가 안예은입니다.
당시 안예은은 흡사 아수라 백작 같다는 코멘트를 들을 정도로 개성 강한 스타일로 등장을 했었습니다. 정갈하게 잘린 똑단발은 가운데 정수리를 기준으로 절반은 탈색, 절반은 흑발의 상태였으니까요. 다소 강한 차림새로 나타난 그녀는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세상 밖에 모습을 드러낸 노래가 '홍연'입니다.
'홍연'은 다소 센 콘셉트일 것 같다는 사유로 JYP와 YG에선 아쉽지만 탈락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유희열 심사위원이 '와일드카드'라는 슈퍼 패스권을 사용하면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약속한 대로 점점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최종적으로 준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내었습니다.
* 와일드카드 : 과반수 찬성 시 다음 라운드 진출 원칙이나, 심사 위원당 1회에 한정하여 과반이 되지 않아도 참가자를 다음 라운드로 진출 시킬 수 있는 권한 카드
연산군의 시점에서
홍연은 오디션 참가 당시, 안예은 님이 밝히셨듯 영화 <왕의 남자> 속 연산군의 시점에서 작곡과 작사를 한 노래라고 합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연산군은 좋은 이미지로 기록되지 않는 왕이기에 이러한 시점에서 홍연과 같은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특히 중간의 가사 "눈물진 나의 뺨을 쓰담아 주면서도 다른 손은 칼을 거두지 않네 또 다시 사라져" 부분은 사랑하는 어떤 대상이 항상 사랑의 존재로써 곁에 머물기보단 때로는 아픔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당시 시대의 느낌과 맞닥뜨려서 절묘하게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K팝스타'에서 맹활약을 보이는 안예은 님을 드라마 '역적'의 메인PD인 김진만PD가 해당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다가 발견하곤 당시 안예은을 꼭 역적 OST 아티스트로 참여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기도 합니다. 이후 안예은 님이 참여한 역적 OST는 드라마의 가치를 더욱 드높여주었고 아직까지도 여러 수록곡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절절한 사랑이야기
연산군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듣지 않더라도 <홍연>은 그 자체로 여러 이해관계에 의해 사랑을 지켜나가기 어려운 관계를 잘 담아 노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보다 여러 규율과 그로 인한 통제가 존재하던 조선시대의 시대 느낌이 안예은 님의 창법에서도 잘 나타나 듣는 순간 사극에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실제로 와일드카드를 사용한 유희열 심사위원님께서도 "마치 퓨전 사극 OST 같았다"라고 표현을 했는데, 너무나도 적절한 감상 한 줄 평이지 않나 싶습니다. 당시 안예은 님 같은 범주의 아티스트가 없어서 낯설을 뿐, 필요하고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피드백을 받으셨는데 저 역시도 방송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에 한동안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의 '첫 순간'을 기억하는 게 생각해 보면 많지 않은데, 그런 점에서 시작이 인상 깊었던 가수였고, 실제로 그 이후 보여주는 행보 또한 계속 찾아 듣고 싶은 아티스트로서 굳건히 자리 매김해 나아가고 있어서 계속 응원하게 됩니다.